1997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<잃어버린 세계>가 개봉될 당시, 극장에서 단 1주일간 상영하고 막바로 비디오로 출시된 영화가 있었다. 그토록 짧은 개봉 기간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판매량은 300만 장을 기록한 영화. 바로 미국 역대 비디오 사상 최고의 판매 기록을 가진 <오스틴 파워: 제로>이다.
누군가는 이 영화를 색다른 첩보물이라고 했고 혹자는 SF의 변종이라고 했다. 이 영화는 코미디 스타 마이크 마이어스가 주연한 영화였다.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첩보물의 스릴과 SF의 기발함, 코미디의 유쾌함을 절대로 미온적이지 않게, 가장 뜨거운 온도에 맞춰 관객을 ‘죽음 일보 직전의 재미’로 몰고 간다는 점이었다. <오스틴 파워가 되는 법>, <오스틴 파워의 패션 공식>, <오스틴 파워의 그녀 이야기>, <닥터 이블, 비하인드 스토리> 등 관련 책들이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랐다. 주인공들의 의상 세트와 가면은 고교생들의 졸업 파티 때 인기 순위 No.1이었고 오스틴 파워 인형 역시 불티나게 팔렸다. 또 인터넷에서는 시나리오와 삽입곡들의 MP3가 불티나게 다운로드됐다. 젊은이들에게 ‘마약보다 강한 황홀’을 선사하고 ‘종교보다 뜨거운 열광’을 받아낸 영화. 그 영화의 비결을 해부하는 것이 헐리우드 제작사들의 그 해 최대 프로젝트였다.

<자료 제공: 래핑보아>